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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기/나의 문화생활

영화 후기 : <서브스턴스> 신선한 스토리와 신선함에 비례하는 잔인함

by 중(中)생 2024.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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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평은 매우 신선한 영화다. 개인적인 별점은 4.5개 ★★★★☆

우리가 몸이 바뀐다고 했을 때 여태까지는 거울의 김을 뽀득뽀득 닦거나, 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몸이 바뀌어있었던 것이 대부분인데, 이 영화는 몸이 바뀌는 그 모든 과정을 아주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있던 상상력마저 박살 나버리는 느낌.

 

직장의 맞은편에 자리한 두 영화인에게 영업을 당해버렸는데, 고어한 장면이 많다는 것을 빼면 올해 중 가장 참신한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만약 내가 그 어떠한 생선의 내장도 못 만지고 못 본다면 비추. 나름 비위가 좋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영화 끝나고 나오는 길에 속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코랄리 파르쟈의 <서브스턴스>

 

미국 쇼 업계를 제대로 풍자한 영화로, 특히 미국 쇼 업계 쪽 이야기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보는 재미가 몇 배는 될 것이다. 감독이 해당 업계의 문제점을 잘 끄집어내는데, 그 방식이 변태적이고 독특해서 거부감이 없더라도 거부감이 들도록 연출되었다. 그래서 문제점이 더 잘 보인다.

 

아 아래부터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싫으신 분들은 뒤로 가길.

 

 

연출은 전체적으로 집착을 가진 사람이 참으로 변태적으로 모든 부분을 눈에 담고자 하듯이 선명하다. 약을 가지러 가는 길, 밥을 먹는 모습, 쇼를 구경하는 모습, 쇼를 진행하는 모습 등 꼭 고어한 부분이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연출이 변태스럽다. 

 

서브스턴스를 통해 처음 두 몸이 분리되었을 때, 스파클도 너무나도 관리를 잘 한 사람이었지만 수(Sue)는 이길 수 없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왜 저렇게 외모에 집착하나 싶다가도, 바뀐 몸을 보면 나이에서 오는 차이를 극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서브스턴스로 스파클과 수가 분리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는 분명 그 둘 사이에는 존중이 있었다. 대단히 신경 쓰지는 않았지만 분명 정해진 시간 내 움직이지 못한다면 다른 몸에 대한 불이익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근데 시간이 지나며 존중은 사라지고 각자가 각자의 인생이 중요해질 때 결국 둘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과정에서도, 본인이 다 망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스파클은 수를 포기하지 못한다. 그녀로 인해 온 정신이 망가지고 몸이 망가지더라도, 자신의 '이상향'인 수를 포기하지 못한다. 스파클이 본 몸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집, 삶 등 모든 것이 수 중심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도 충격적.

 

이런 수조차 마지막에 부작용으로 무너져 내릴 때 다시 서브스턴스에 손을 댄 부분은, 어찌 보면 그녀도 그녀 스스로가 원본이라는 착각을 한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 집착에 대한 결과가 얼마나 잔인한지는 영화는 가감 없이 표현해 주었다. 마지막에 스파클 원판 위에서 모든 것이 끝나며, 이 모든 집착이 얼마나 허무한지까지 잔인할 만치 사실적이다.

0.5의 별점을 깎은 것은, 이렇게 사회 풍자를 잘 담고 기존의 소재를 신선하게 표현함에도 불구하고 크게 고어하여 진입 장벽을 놓쳤기 때문. 올해 본 비-상업적 영화 중 가장 마음에 들었지만, 동시에 그 내용이 너무 잔인해 두 번 보기 쉽지 않았다. 

 

미장센도 뛰어나고 연출 각본까지 짜임이 완벽한데 고어함에 무너져 내릴 사람들이 많아 아쉬울 뿐. 사람의 몸을 이토록 고기에 가깝게 표현하지만 그 안에서 삶을 찾을 수 있는데, 잔인함 앞에 가려질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두 눈을 가리고서라도 볼 자신이 있다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단, 절대 아침에 보기 좋은 영화도 아니고, 연인과 보기 좋은 영화도 아니니 적당히 혼자 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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