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영화 리뷰 전 사담
룩백은 메가박스에서만 상영하고 있다 (배급을 중앙에서 했다). 뇌피셜일 수 있지만, 유독 메가박스에서 이러한 마이너 하거나 아트 필름을 많이 상영하는 것 같다. 관심 있다면 메가박스를 알아보자. 그래도 꾸준히 입소문을 타고 있는지 10월 중순까지도 상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는 <체인쏘 맨>으로 유명한 후지모토 타츠키의 단편 영화이다. 상영 시간도 1시간이 조금 안 되는 길이다. 짧다고 감동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요즘 나오는 2시간 이상의 러닝타임을 가진 영화보다도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이다.
아쉬운 점은 생각보다도 마지막에 급작스럽게 영화가 끝나는 것? 풀어낼 이야기가 더 있지만 급하게 마무리하는듯한 느낌이 있다. 단편이라는 것을 고려하였을 때, 주인공의 감정을 생각했을 때 전혀 말도 안 되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본 후기 (약간의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초등학교 주보에 올라가는 후지노의 4컷 만화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후지노는 어찌 보면 교만한 뉘앙스를 풍기는데, 실제로는 만화를 대하는 마음만큼은 매우 대단하다.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히키코모리' 쿄모토도 4컷 만화를 같이 올리자고 이야기한다. 실제 주보에 올라온 쿄모토의 그림은 후지노를 충격에 빠트린다.
그 충격으로 한동안 미친 듯이 그림만 그리지만 여전히 격차를 느낀 후지노는 만화 자체를 그만두고 초등학교를 졸업하게 된다.
4컷 만화를 같이 연재했다는 이유로 담임이 쿄모토의 졸업장 전달을 부탁한다. 방에서 절대 나오지 않던 쿄모토는 후지노가 왔다는 것을 알아채고 처음으로 방 밖으로 나와 후지노를 붙잡으며 존경하는 "선생님"이라 한다.
이 계기로 둘은 성인이 될 때까지, 후지노는 작가로 쿄모토는 그의 어시스턴트로 만화 작업을 한다.
여기서 놀라웠던 건 나는 교만하다고 느낀 후지노의 그 성격이 완벽주의에 가깝게 발현되며 그들의 만화는 탑 인기 작업이 된다.
히키코모리처럼 살던 한 사람이, 얼마나 그림을 사랑하고 만화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 방을 나오게 되었는지 놀라웠다. 후지노의 덕분에 쿄모토는 세상을 알아가게 되었고, 밖에 나가는 것이 두렵지만 "나오길 잘했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변했다. 여전히 다른 사람과의 대화는 어려웠지만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찾게 된다.
이야기의 끝은 절대 해피 엔딩이 아니지만, 그래도 청춘의 한 찰나에 불태우는 열정을 볼 수 있었다. 결국 후지노와 쿄모토는 서로가 있었기에 더 행복한 학창 시절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이벤트 발생 전까지 후지노는 본인의 콧대 높음으로 살았다면, 이후에는 자신보다도 자신을 더 좋아하고 응원하는 한 사람이 있었다는 게 그녀가 다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없지만 쿄모토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더욱 노력했을 것이다.
소싯적 그림을 조금 그려본 사람이라면 쿄모토의 그 심정이 무엇일지, 후지노의 열정이 무엇인지 분명 알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그림을 그렸던 사람에게는 더더욱 더 추천하는 영화다. 그리고 분명 내가 느낀 이 감동과 막연한 먹먹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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