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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기/나의 문화생활

영화 : 스즈메의 문단속: 다녀왔습니다

by 중(中)생 2024.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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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메의 문단속 포스터

 

심한 청개구리 심보를 가지고 있는데 이 심보는 영화 쪽에서 더욱더 크게 발현한다. 개봉 전 티저와 음악을 들으며 스즈메의 문단속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개봉하고 유행하니 청개구리 심보가 발동해서 끝까지 영화를 보지 않았다. 23년 연말 오케스트라 연주까지 하는 것을 보며, 그래도 한 번 봐야 하나 생각했는데, 1년여 만에 ⟪스즈메의 문단속: 다녀왔습니다⟫ 특별판으로 돌아왔다.

제목 뒤 다녀왔습니다가 붙은 차이점은,  마지막에 남자 주인공이 "다녀왔어"라고 하는 것이다. 감독판을 생각했거나 큰 차이점을 기대하면서 볼 계획을 생각했던 사람에게는 굳이 추천하지 않는다. 


 

[신카이 마코토와 연출]

신카이 마코토의 연출과 색감을 아주 좋아하는데, 이번 영화에서도 특유의 푸른색을 많이 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애니메이션 쪽에서는 신카이 마코토만큼 청명하고 투명함을 잘 뽑아내는 감독도 많지 않은 것 같다. 정말 색감에 있어서는 탁월한 감을 가진 감독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동시에 현실 세계를 너무나도 잘 표현하는 것 또한 신카이 마코토의 능력 같다. 영화 중에 아타미역을 지나치며 대사가 나오는데 그때 지나친 아타미가 내가 지하철을 타고 지나가는 아타미가 그대로 재현되어 있어 전율을 느꼈다. 23년도에는 일본의 소도시를 많이 다녀와서 그런 기분을 더욱 느낀 것일지도 모르겠다. 

 

[지진이라는 소재와 남겨진 이야기]

과거서부터 자연재해는 신의 변덕 또는 형벌로 비치고는 한다. 자연은 아름답지만 언제라도 예고 없이 재앙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진이라는 소재를 땅 아래서의 힘, 힘이 나오는 문을 지키는 묘석(신), 문을 닫는 후세로 표현한 것이 신선했다. 자연의 힘을 맞서 싸워야 하는 악당(?)으로 표현함은 식상할 수도 있지만, 나는 서양에서 히어로들이 세계를 지키는 것보다 이렇게 매우 '현실적인' 캐릭터들이 자연의 힘과 맞서 싸우는 것이 보다 정서에 맞는 것 같다. 

미미즈를 막아낼 수 있는 방법은 다른 것이 아닌 한때 그곳에 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와 현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사람의 기도이기에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마 그런 것을 예상하고 감독이 계획적으로 지진을 겪은 장소를 선택한 것이 아닐지 한다. 그렇기에 지진 전 지역의 이야기와 그곳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마음에 와닿은 것 같다. 

 

[운명과 극복]

초반에는 그 짧은 순간에 스즈메가 소타를 좋아하게 되는 것이 신기하다는 생각뿐이었지만, 문을 넘어서 다시 어린 시절의 스즈메를 보며 어쩌면 무의식 속에서 스즈메는 운명대로 따른 것이 아닐까 했다. 이런 운명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운명보다는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해 내는 것에 더 초점을 두어야 할까 싶기도 하다. 어린 시절의 스즈메는 고등학생의 스즈메 덕분에 엄마의 부재를 딛고 살아갈 수 있었고, 고등학생 스즈메는 아기 스즈메를 보며 본인 스스로가 부족함 없이 자라왔다고 배울 수 있었으니까. 마지막 장면에서, 많을 생각을 하였는데 글로 표현하기 어려우니 애매하게 끝내보겠다. 나중에 글솜씨가 늘면 돌아와서 생각을 더 풀어볼지도. 

 

 

[OST]

스즈메의 문단속하면 떠오르는 선율을 어떤 악기로 연주한 것인지 너무 궁금하다. 인터스텔라에서는 우주를 닮고 사람을 표현하기 위해 공기의 진동이 있어야만 소리가 나는 파이프 오르간을 썼다고 하는데, 그래서 조심스럽게 스즈메의 문단속도 파이프 오르간을 쓰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OST를 계속 듣다 보면 주선율은 사람의 숨소리 같아 작품의 세계관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된다. 대지와 바람의 소리 같기도 하고, 이미 그 땅을 떠난 사람들이 남긴 이야기들 같아, 스즈메와 사토가 주문을 외울 때 보이는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을 악기로 훌륭히 표현한 것이 아닐지 한다. 음악 관련해서는 많은 이야기를 아직 찾지는 못하였는데 작곡가 시점에서의 스즈메의 문단속 또한 매우 궁금하다. 


 

스즈메와 사토가 문을 건너 나왔을 때 그 이후의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너무 궁금했는데, 별다른 설명 없이 끝나서 아쉬웠다. 스즈메와 사토가 다시 만나서 또 여행을 같이 가는지, 스즈메의 이모와 미노루가 잘 되었을지, 소타의 할아버지는 어떻게 동쪽의 요석을 알고 있는 것인지 등등 안 풀린 이야기가 많은데 감독이 이 이야기들을 풀어줄지 의문이다. 모든 것을 다 풀어내지 않았기 때문에 2차 창작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풀어갈 수 있는 이야기는 무한하지만, 조금 더 감독의 의도를 알아도 좋지 않았을까 싶다. 

 

총평은, 한 번쯤 볼만한 영화이고, OST의 선율 때문에 극장에서 본다면 더욱 전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거나 신카이 마코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극장에서 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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