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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기/나의 문화생활

전시회 : 장욱진 회고전 (MMCA 덕수궁)

by 중(中)생 2024.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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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전시 명 : 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

기간 : 2023-09-14 ~ 2024-02-12

장소 : 덕수궁 2층, 1·2 전시실, 3층, 3·4 전시실

https://www.mmca.go.kr/exhibitions/exhibitionsDetail.do?exhFlag=2&exhId=202302150001627

 

국립현대미술관

#1. 전시 인사말 여러분에게 장욱진은 어떤 화가인가요? 장욱진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방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그림을 그리는 모습? 일상적이고 친근한

www.mmca.go.kr


꼬맹이 시절부터 미술관/박물관을 매우 좋아했다. 덕분에 미술사학/미학을 전공하게 되었고 관련된 일도 잠깐 하였다. 지금은 그 업계를 떠나 취미 삼아 전시회를 다니고 있다.

 

장욱진은 한국에서도 이름과 그림이 많이 알려진 편이고, 장욱진 재단에서 양주 장욱진 미술관도 운영 중이다. 그래서 서울에서는 장욱진 단독 전시를 볼 일이 없을 거로 생각했는데 이번에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이 진행 중이다. 한 줄 평은 양주 장욱진 미술관보다 더욱 짜임새 있게 큐레이션이 되어있어 반복된 모티브도 다양한 시점으로 볼 수 있고, 동시에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장욱진의 불교적 철학까지 구경할 수 있다. 

 

전시 평면도는 아래 이미지와 같고, 평면도에 적힌 관 순서대로 전시 보는 것을 가장 추천한다. 천천히 그림을 보는 사람이라면 2~3시간 정도의 전시 시간을 잡고 가면 좋다. 특히 3관과 4관은 체력 싸움이 될 수 있으니 2관까지 관람한 후 소파에서 잠시 충전하고 전시를 마저 보자.  

Floor Plan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자주 가는데 이상하게도 덕수궁엔 발길이 안 닿았다. 5년 만에 덕수궁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야간에 보는 고궁의 모습이 매우 아름다웠다. 수요일/토요일은 야간 개장 (저녁 9시까지 운영) 하므로, 퇴근이 늦는 직장인도 짧게나마 다녀올 수 있으니, 전시회가 종료되기 전에 기분 전환할 겸 산책할 겸 다녀오는 것을 추천한다. 

미술관 들어가는 길에 보이는 덕수궁과, 입장하면 보이는 전시 타이틀

 

 

1관은 '장욱진'이라고 하면 익숙히 떠올리는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다. 학창 시절부터 중장년기까지의 작품들을 볼 수 있으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작품 또한 완숙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1관에서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것은, 작품 활동뿐만 아니라 책 표지 작품들도 함께 볼 수 있다. 정말 다양한 미디엄으로 작가의 세계를 표현해 나가는 것이 재미있는 전시관이다. 특히 초기의 작품은 이상하게도 피카소를 포함한 다양한 20세기 화가들을 떠올리게 한다. 

전시실 중간에는 작가의 일대기를 볼 수 있는 영상이 있는데, 길이는 꽤 길지만 역사의 흐름 속에서 장욱진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작가인지 알 수 있으니, 시간이 된다면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짧고 빠르게 장욱진의 일대기를 알아가길 추천한다. 남은 3개의 관에서 이 정보가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2관은 1관을 나오자마자 오른편에 있는 계단을 올라가 나오는 왼쪽 관이다. 1관과 비슷하지만 조금 더 단순한 형태로 진화된 작가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장욱진의 작품은 기호적인 느낌보다는 회화적인 작품을 좋아하다 보니 찍어둔 2관의 작품이 없다... 주변 전시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로는 2관이 가장 재미있었다고 하고 4관이 재미있었다고도 하니, 정말 주관적인 부분이라 나는 어떤 관이 제일 흥미로웠는지 생각하고 전시를 보면 보다 재미있을 것이다. 

1관 작품 중 마음에 들었던 3점. 특히 제일 오른쪽의 눈 그림이 인상 깊었다.

 

2관까지 전시를 보고 나니 대략 1시간 10분가량 소요되었다. 생각보다 체력 소모가 되어서 복도의 소파에 앉아 잠시 쉬었다. 3관 쪽 통로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책 같은 것이 있다. 장욱진의 그림을 다양한 질감의 나무로 만든 책인데, 직접 작품을 만져볼 수는 없으니 이걸 만지면서 작품이 이런 느낌일지 체험해 볼 수 있다. 

저녁에 가서 체험이나 교육이 없었을 수도 있지만, 만약 교육/체험 자료가 나무 책 한 권뿐이라면... 다음에는 어린이도 즐길 수 있고 다양한 연령대가 즐길 수 있는 교육과 체험 자료가 더 많다면 보다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한국의 미술관은 확실히 해외에 비해서 할 수 있는 교육/체험이 적어서 슬픈 1인이다. 

(다음에 한 번 학창 시절 배워왔던 미술관/박물관의 존재 이유와 나의 철학에 대해서 한 번 공유해 보겠다)

 

3관은 잘 알지 못했던 장욱진의 불교적인 철학을 알 수 있었다. 특히 3관을 들어가자마자 '진진묘'라는 작품을 볼 수 있다. 이 작품이 해당 관의 하이라이트라고 나는 생각한다. '진진묘'는 장욱진의 부인 이순경 여사의 법명(法名)이라고 한다. 아내를 보살로 표현한 작품이다. 이 작품이 강렬하게 나의 눈을 사로잡았다. 부인을 보살로 표현할 만큼 그 당시 남성들에게 볼 수 없는 아내에 대한 사랑과 존경심을 볼 수 있었고, 장욱진이라는 개성이 유지되며 단순한 선으로 보살을 표현하였다는 것이 너무나도 놀라웠다. 천의 떨어짐이 대칭이며 몸의 선을 볼 수 있는 불교적 특성만으로 장욱진이면서도 보살을 표현한 부분이 눈을 참 즐겁게 해 주었다. (물론 동양미술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러한 부분이 더 눈에 들어온 것일 수 있다.)

 

나무 책과 3관의 가벽을 통해 보이는 작품 진진묘

 

4관은 장욱진의 철학과 제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관이다. 그의 노년기 작품들을 볼 수 있지만 작품보다도 나는 그에 관한 이야기가 더욱 흥미롭게 다가온 전시이다. 전시의 중간쯤에는 다양한 문구들이 있는데, 하나씩 읽으면 장욱진이 어떠한 마음가짐과 생각으로 그림을 그렸으며 생활해 왔는지 알 수 있다. 내가 느낀 장욱진은 매우 성실하며 자상한 아버지이자 그 누구보다도 화가다운 화가이다. 

 

4관의 가장 안쪽에는 장욱진의 후배 지인 등이 이야기하는 장욱진과 관련한 전시 내용이 있는데, 이 글들을 읽다 보면 장욱진이라는 작가가 얼마나 따듯한 사람인지 알 수 있다.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장욱진과의 추억을 남기고 그린다는 것은 그가 삶을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 배울 수 있었다. 그들의 자녀들 또한 그를 그리워하고 그를 존경하기에 지금까지 장욱진 재단이 잘 운영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도 언젠가 죽고 나서 주변의 사람들이 나와의 추억을 그리워하고 나눌 수 있도록 보다 베풀고 나누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하였다. 

여러모로 작품뿐만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할지까지 배울 수 있는 좋은 전시이니 꼭! 전시가 종료되기 전에 다녀와 보길 바란다. 

 

취미로 유화작업을 하는 내게 참 와닿았던 문구

 

인상 깊었던 장욱진의 마커 작업과 전시를 보고 나오며 마주한 서울의 야경 사진으로 글을 마무리해 본다.

전시 마감 때문에 마지막 2개 관은 급하게 본 느낌이 없지 않아 전시회가 끝나기 전에 한 번 더 다녀올 계획을 하고 있을 만큼 너무나도 만족스러운 전시회였다. 정말 오랜만에 한 작가의 일대기를 풍족하게 꾸며준 전시였다. 짧은 글솜씨로 평 남기지만, 전시에 관심이 없던 사람이라도 이 글로 장욱진 전시를 가고 전시를 본 이후에는 작가의 세계에 빠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가장 인상깊은 마커 작품과 서울의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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