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에 인생책을 만났다.
사랑, 감정, 그리고 한 사람의 변화에 대한 가장 섬세한 문장들로 가득하다.
📌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사람
- 이쁜 문장을 수집하는 문장 컬렉터
- 인물의 내면 변화를 섬세히 따라가는 걸 좋아하는 독자
- 새로운 맛의 사랑 이야기가 필요한 사람
- 드라마 <사랑의 이해> 원작 작가의 문체가 궁금한 사람
이 아래부터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스포일러가 싫은 사람은 위 내용을 참고해 읽을지 말지 선택하자.
🌪️ 광인은 미치광이의 이야기가 아니다
『광인』이라는 제목을 추천받고, 나는 심리가 불안정한 인물의 이야기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책의 2/3을 넘기 전까지는 사랑으로 가득하다.
이 소설이 품고 있는 광기는, 사랑과 내면의 변화에서 불꽃같이 급작스럽게 피어오른다.
이런 문장을 읽고도 책을 덮을 수 있을까?
두꺼운 책 (거의 700p)에 여백 없이 이어지는 문장들에도 불구하고, 그 섬세함 덕분에 멈출 수 없었다.
창밖에선 비가 잔잔히 내렸다.
마당의 흙과 작은 웅덩이로 떨어지는 빗방울이 처마를 타고 떨어지는 빗물 소리와 화음처럼 울렸다.
🧠 한 남자의 깨달음, 사랑, 변화의 시작
『광인』은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한 중년 남성이 평생을 살아오면서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알아가고,
외면하고 싶었던 자기 자신의 민낯과 마주하며 조금씩 변화해 가는 이야기다.
뒤로 갈수록 반전에 반전이 나와 유쾌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사랑을 통해 사람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어디까지 포기하고, 또 그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작가는 쉼 없이 쏟아낸다.
그리고 그렇게 한 사람을 변하게 한 사랑은 무엇일지도 궁금하게 한다.
하지만 그렇게 알기 때문에 돌아갈 수도 없는 것이었다. 모두 저지르고 겪어봤기 때문에 알 수 있게 된 거니까.
💔 세대마다의 사랑은 다른가보다
『광인』의 사랑은 청춘 로맨스가 아니다.
드라마나 웹툰서 그려지듯 2030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40대, 중년 남녀가 겪는 감정이다.
그들의 사랑은 정렬적이진 않지만 더 깊고 현실적이며 그래서 더 아프다.
내가 20대 때 이 책을 읽었다면 불쾌한 감정이 날 더 지배했을 것 같다.
하지만 30대를 넘은 지 조금 된 지금, 이 미묘하고 격렬한 감정의 요동이 오히려 진짜처럼 느껴졌다.
----
이혁진 작가는 드라마 <사랑의 이해>의 원작자다. 『광인』을 읽고 문장을 더 수집하고 싶어 보니 그렇더라.
사랑을 사랑스럽게, 아픔을 아프게,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건 작가의 재능이라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는 미쳐간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긴장감이 떨어지지 않고 읽을 수 있으니 강력히 추천한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1601367
광인 | 이혁진 - 교보문고
광인 | 내가 선택하고 내가 열어젖힌, 내가 시작했고 내가 완성하려는 사랑. 인생에서 이런 사랑을 해 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이혁진 장편소설 『광인』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
product.kyobobook.co.kr
'놀기 > 나의 문화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도시의 사랑법: 영화와 소설, 어디가 더 좋을까? (4) | 2025.04.28 |
---|---|
영화 후기 : <콘클라베> 현실을 비추는 신부들의 정치와 갈등, 그리고 새로운 시대의 조짐 (1) | 2025.03.10 |
2024 독서 결산 (요즘 텍스트 힙이라며?) (2) | 2025.01.07 |
영화 후기 : <서브스턴스> 신선한 스토리와 신선함에 비례하는 잔인함 (1) | 2024.12.31 |
책 리뷰 : 서정덕 <신자산가의 인생 습관> (6) | 2024.1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