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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기/나의 여행

그라나다 : 위치가 괜찮은 도미토리 카를로타 브라운 (Carlotta Braun)

by 중(中)생 2024.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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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 하는 유럽 여행을 적극적으로 권장한다. 위험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조금만 조심하고 밤늦게 다니지만 않는다면 이보다 기분 전환이 잘 되는 대륙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많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길고 짧게 유럽을 다녔는데, 다행히 소매치기 한 번 당하지 않고 문제없이 여행을 다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 

 

요즘이야 한국 물가가 너무 미친 듯이 올라서, 유럽의 커피나 빵값이 더욱더 싸게 느껴지는 것도 있지만, 역시 혼자 여행하는 사람에게 가장 부담스러운 것은 숙소비일 것이다. 그래서 혼자 여행하는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도미토리를 추천한다. 특히 밤에 술집이라도 가서 놀고 싶거나 외국인과 대화해 보기를 희망한다면 도미토리만큼 좋은 숙박 형태도 없을 것이다. 

 

30살이 넘어서 도미토리 가는 게 주접이 아닌지, 초라해 보이는 게 아닌지 고민이 된다면, 당당해져라. 막상 가보면 나이 많은 어르신들도 종종 있고, 외국인들은 한국인을 무조건 어리게 본다. 30대 초반이긴 하지만, 아직도 도미토리만 가면 학생 취급을 당한다. 이번 숙소에서도 거의 준 사장급 위치에 계신 스위스 어르신이 같은 방에 머물렀다. 

 

카를로타 브라운 (Carlotta Braun) 위치

주소 : C. Molinos, 5, Centro, 18009 Granada, Spain

가격 : 구매 당시 3박에 약 10만 원 (혼성 6인실, 아고다 통해 구매)

 

그라나다 기차역에서 버스로 10분 이후 걸어서 10분쯤 걸으면 숙소가 나온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알함브라가 가깝고, 구글맵에서 북적이는 지역으로 나타나는 곳 아니면 좋겠다고 생각하여 선택한 숙소. 나름 메인 시내까지도 걸어서 10분이면 갈 수 있고 근처에 괜찮은 카페들과 식당도 많다. 

 

Carlotta Braun은 찾기 매우 쉽다. 앞에 지나가면 보기 쉽게 간판이 있기도 하고, 해당 길에 어쩌면 거의 유일한 식당이기도 해서 한눈에 잘 들어온다. 설명이 충분치 않다면, 아래 이미지의 독특한 테라스를 기억하고 찾으면 된다!

 

혼성 6인실을 예약했는데, 입실 당시 1명 제외하고 다 여자였다. 1박 후 브라질인 친구는 다음 여행지(세비야)로 떠났고, 미국 여자아이들 2명과 스키장 리프트 사업을 하시는 아저씨와 함께 방을 사용했다. 혼성이어도 서로 관심이 없으므로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였다. 아마 리스트 사업하시는 아저씨가 수다쟁이가 아니었다면 매우 적막하게 숙소를 사용했을 것 같다. 

숙소 가는 길과 이뻤던 방의 테라스

 

카를로타 브라운 (Carlotta Braun) 특징과 주의 사항

앞서 말했듯이, 숙소의 1층은 식당이자 BAR이 있다. 처음에는 혼자 밤에 나가서 술을 마실 수 없으니  술 마실 수 있는 도미토리를 가야지 싶어서 선택했지만, 예상보다 더 본격적으로 클럽과 같이 놀더라 ㅋㅋㅋ 방음이 잘돼, 다행히 방에서 1층의 소리가 거의 올라오지 않았다. 또 토요일 저녁에 가장 격렬히 노는 듯했고, 일요일은 문을 열지 않았거나 일찍 닫아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나름 여러 국가의 다양한 도미토리를 경험했는데, 방 안에 화장실이 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그래서 샤워를 저녁 11시 전까지 해야 했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씻기 조금 눈치가 보였다. 화장실 문을 열면 기본 조명과 공기 청정기가 무조건 작동되는 시스템이어서 조용히 사용하고 싶어도 조용히 사용할 수 없었다. 그리고 야밤에 누군가가 화장실을 쓴다면 물소리가 꽤 잘 들린다. 

 

이곳에 지내기로 선택했다면, 꼭 1층 침대를 달라고 하거나, 2층이라면 최소한 벽 쪽의 침대를 달라고 하자. 나의 경우는 둘 다 아닌 경우였는데, 떨어짐 방지 프레임이 왼쪽에만 있어서 재수 없으면 자다가 떨어져 죽을 수 있겠다는 인상을 받았다. 또 2층의 경우 커튼이 없어 공간 차단이 불가능했고, 모두가 잠든 밤에 불을 켜기도 애매했다. 

막상 지내보니 그 부분들은 크게 불편하지 않았는데, 사다리 타고 올라가는 게 진짜 미친 듯이 귀찮고 불편했다. 

 

이런 것들을 무시하고 여기 지내는 것이 너무나도 괜찮았던 이유는 첫째, 가격이 압도적으로 저렴하다는 점이다. 내게는 가격이 정말 큰 장점이었다. 가격이 저렴한 대신 수건을 챙겨 와야 한다 (대여는 2유로). 그래도 조금만 걸으면 대부분의 관광지에 갈 수 있다. 가격이 저렴한 대신 짐이 조금 생기지만 지갑이 가벼운 친구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선택지가 될 것 같다. 

 

중전 느낌의 공용 테라스와 벙커배드. 맨 아래에 서랍이 있다 (자물쇠는 개인이 들고와야한다)

 

근처 식당 : CUATRO (콰트로)

힘겹게 그라나다 도착 후 걸을 힘도 없지만 저녁 먹을 겸 근처 식당을 찾았더니, 숙소 바로 뒤 공원 앞에 다양한 식당들이 있었다. 각각 테라스를 보유하고 있었고 자리에 앉아 있으면 종업원이 와서 주문받는 시스템이다. 5월의 그라나다 날씨가 미쳤고, 공원에서 노는 아이들을 보자면 마음의 풍요가 가득하지만... 밥을 먹으면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죽어도 담배 냄새가 싫다고 하면 식당 안에서 밥을 먹자. 정말 흡연자를 위한 나라 같은 스페인...

 

식당 전망과 메뉴

 


메뉴는 스페인 요리를 기반으로 하되 살짝 퓨전의 느낌이 있다. 사랑스러운 스페인은 술을 시킬 때마다 타파스가 나오는데, 이 타파스로 식당의 음식맛을 어느 정도 점쳐볼 수 있다. 여기 타파스는 10점 만점에 10점! 빵 위에 감자가 올라가 있어 잘 어울릴지 의심했는데, 오히려 감자가 거친 빵을 부드럽게 느끼게 해 준다. 감자에 살짝은 강하게 소금 간을 해두어 오히려 빵과 함께 먹을 때 간이 완벽했다.

 

첫날이라 가볍게 입가심하고 싶어서 어떤 맥주가 있는지 여쭤보았는데, 종류가 엄청 많다고 했다. 대부분 생맥주 느낌으로 잔에 나오는 맥주를 (serveza pequeña, 세르베쟈 페케냐) 주문하는 분위기였다. 사장님이 준 메뉴판에는 맥주가 잘 안 보여서 어떤 맥주가 있는지 물어봤는데 지역 맥주가 있다는 게 아닌가! 그것이 바로 알함브라 에스페시알 (Alhambra Especial).

 

알함브라는 더위와 잘 어울리는 맛으로, 묵직하고 홉의 느낌이 꽤 느껴지되 입안에 들어갈 때 탄산이 강하게 느껴져 시원하다. 칭다오처럼 계속해서 탄산이 강하여 느낌보다는 입에 들어가는 그 순간에만 탄산이 강하게 느껴져서 감자와 아주 잘 어울렸다. 

 

제공된 타파스와 알함브라 지역 맥주

 

타파스가 예사롭지 않더니, 크로켓 또한 너무 맛있었다! 주문할 때 고민하다가 고기가 덜 들어있다고 해서 크로켓을 시켰는데 너무나도 완벽한 선택이었다. 역시 사장님이 하나하나 홈메이드고 만드는데 시간 많이 걸린다는 이야기를 괜히 한 게 아니다. 3종류가 나왔는데 하나같이 다 너무 맛있었다. 

 

한 종류만 선택도 가능하지만 온 김에 이것저것 먹고 싶어 사장님께 적당히 섞어달라고 했다. 사장님의 선택은 감자+하몽, 파에야(먹물맛), 크림 버섯. 가장 풍미가 강한 것은 파에야. 다른 크로켓보다 더욱더 퇴직하고 입에 넣자마자 기분 좋은 먹물 향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감자+하몽의 조합도 매우 좋았다. 하몽은 보통보다 조금 더 두껍게 썰린 느낌이었는데, 부드러운 감자 사이에서 한 번씩 씹히는 식감이 좋았다. 

 

입맛은 개인적인 취향이라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음료 없이 마신다면 살짝 짜다고 느낄 수 있다. 나는 맥주와 함께 먹고 있어서 그런진 몰라도, 정말 완벽한 안주였다. 

 

홈메이드 크로켓

 

참고로 테라스에 앉아 있으면 아저씨가 종종 나오셔서 주문을 받는데, 혼자 홀을 보시는지 조금 정신이 없으시다. 여행을 왔으니 여유롭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기다려 드리자. 아저씨가 또 눈치는 매우 빠르셔서 조금 쳐다보는가 싶으면 바로 달려오셨다. 영어도 잘하시지만 Perdon (페르돈) 하면서 쳐다보면 한걸음에 달려오신다! 차별하는 게 아니니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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