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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기/나의 외식

식당 : 키친485 (합정)

by 중(中)생 2024.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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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 키친 485

파스타 가격 | 20,000~

공간 | 실험적인 분위기

총 평점 | ★★★★☆

라자냐 | ★★★★★ + ☆

주소 | https://naver.me/xtWH5M6L

 

키친485 : 네이버

방문자리뷰 999 · 블로그리뷰 1,344

m.place.naver.com

 

퇴근 후 영화 관람을 위해 합정동을 갔다. 영화 시간이 시간이 넉넉하여 합정에서 저녁을 먹기 위해 키친 485를 방문했다.

혼자 저녁을 먹게 되면 이상하리만큼 파스타를 찾는데, 이날도 역시나 일식과 파스타를 고민하던 중 별점이 높은 이 가게의 메뉴에 라자냐가 있어서 라자냐 하나만 바라보고 방문했다. 평소 식당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해 처음 방문하는 곳에 갈 생각으로 갔는데, 알고 보니 23년도 봄에 방문한 식당이었다. 처음 방문하는 식당이 아니어서 아쉬웠지만, 동시에 낯설지 않아 편하기도 했다. 

 

이곳은 실내와 테라스 공간으로 구분되어 있다. 테라스에도 앉아보고 실내도 앉아봤는데, 겨울이라면 실내를 앉아야 하고 봄에는 무조건 테라스 자리에 앉아야 한다. 옆자리의 소음이 넘어오는 것을 싫어한다면 테라스 자리로 가는 것이 좋다. 이날은 저녁이어서 그런지 단체 손님들이 많았는데 술을 함께 마실 수 있는 곳이다 보니 술이 올라오신 분들의 목소리 크기가 커 귀가 썩 편하지 않았다. 그저 운이 없었던 것이다. 내 왼편에 앉은 분들은 술이 꽤 올라와 필요 이상의 데시벨을 뽐냈다. 

 

식당은 전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이고 주방 쪽에 큰 화덕이 있다. 화덕의 구멍이 작아서 대부분의 자리에서는 불이 잘 안 보일 수 있지만, 이날 앉은자리는 장작이 정면에서 보이는 자리로 혼자 밥을 먹으며 불멍을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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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리뷰와는 하나도 상관이 없지만 식당에서 유전자의 위대함을 느꼈다. 

식당 벽면에는 사장님이 해외에서 요리하시던 시절의 사진들이 있다. 이중 외국인 3분과 사장님이 함께 찍은 사진이 있는데 그 사진을 보고 정면을 보았더니 사진 보다도 젊은 사장님이 내 눈앞에 계셨다 (빨간 모자). 시간이 흘렀는데 사진보다 젊을 수 없다는 믿음으로 99.99% 저분은 아들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장인 정신으로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으셨던 것일지 등 그 궁금증이 최고점을 찍었을 때 진짜 사장님이 깊숙한 주방에서 나타나셨다. 결국 아들인지 묻지는 못했지만, 잊을 수 없는 맛을 선사해 주었기 때문에 솜씨를 물려주셔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식당의 풍경

 

혼자 라자냐와 와인을 주문해서인지 몰라도 사장님께서 서비스를 주셨다. 단체 손님들 사이에서 혼자 앉아있는 게 불쌍해서 주신 것일까 싶기도 하다. 주변에는 서비스 주는 테이블 없었던 것 같으니, 대뜸 혼자 가서 서비스로 달라고 하지 말자. 너무 감사해서 이 글을 쓰지만 요즘 인터넷 세상을 보다 보면 왜 본인은 서비스를 안 주냐며 화내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 괜히 무섭다. 좋은 마음이 좋은 마음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요즘...

 

서비스로 주신 것은 피자 도우로 만드신 듯한 느낌으로, 적당히 기름진 빵조각에 허브가 올라가 있어 애피타이저로 먹기 딱 좋았다. 솔직히 간식을 많이 먹고 와 크게 배고프지 않아 한두 입 먹겠지 싶었는데, 이게 웬걸 멈출 수 없는 맛이었다. 피자 크러스트를 좋아하지도 않아 남기는 편인데 올리브오일과 발사믹에 찍어 먹으니 너무 헤비 하지도 않고 딱 좋았다. 정신 차리니 내 앞에 있는 것은 빈 그릇뿐. 먹고 나서도 소화가 안 되거나 더부룩한 느낌 또한 없어서 다시 한번 사장님의 레시피에 감탄.

 

서비스로 주신 이름 모를 애피타이저

 

이전에 방문하였을 때 파스타와 피자가 맛있다고 생각했지만 기억에 각인될 만한 맛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 실수다. 여긴 라자냐를 먹어야 한다. 공식처럼 외우면 된다 키 485 = 라자냐. 

 

기억으로 드라마 '파스타' 나오기 전까지 한국은 파스타 하면 당연히 스파게티 면을 생각하고 소스는 토마토/크림(까르보나라) 두 정도만 있었다. 이제는 다양한 파스타집과 생면 파스타를 파는 곳을 쉽게 볼 수 있지만 아직도 마음에 드는 라자냐 집만은 찾지 못하였다. 한국 돌아와서 10년 가까이 라자냐 맛집을 찾아다녔는데 드디어 입에 맞는 라자냐를 발견했다. 

해외에서 은퇴하신 주방장님들의 파스타를 먹고 자라왔는데 당연히 마음에 드는 라자냐를 찾기가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다. 특히 당시 살던 집 근처에는 유럽에서 30여 년간 식당을 운영하시다가 은퇴하시고 필리핀에서 식당을 차리신 분이 계셨는데, 그 집의 라자냐는 너무 맛있었다. 필리핀을 떠난 후 그 기억을 찾아 다양한 식당에서 라자냐를 시도했지만, 마음에 드는 식당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근데 이곳이 그때의 향수가 떠오르게 하는 맛을 가지고 있었다. 

 

라자냐는 화덕에서 익혀져 나와 그릇이 매우 뜨겁다. 하지만 화덕에서 구워졌기에 치즈는 눅진히 녹고 보기 좋은 갈색빛을 띤다. 치즈가 너무 타지도 않고 안 녹지도 않고 정말 딱 적당히 제일 맛있을 상태에서 나온다. 함께 나오는 스푼으로 한 조간 떠보면 치즈가 주욱 늘어난다. 과하지 않은 치즈량에 또 한 번 설렜다. 치즈는 적당히 들어있어 안에 들어있는 소스가 잘 보이고, 그렇다고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치즈 맛이 안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소스와 치즈의 균형이 완벽하다. 

 

소스는 당연히 맛있으니 언급도 안 하겠다. 정말 언급하고 싶은 부분은 파스타다. 라자냐라고 해서 주문했던 과거의 라자냐들은 파스타 면이 너무 두껍거나, 덜 익었거나, 딱딱하거나 아예 없거나 등등 파스타 면에서 많은 실망감을 가졌는데 이곳은 딱 완벽하다. 아주 적당히 있어 라자냐를 한 입 먹었을 때 라자냐가 적당한 식감으로 씹히면서 소스와 치즈와도 잘 어우러져 정말 흠잡을 곳 없이 만족스럽게 먹었다. 

 

라자냐, 소스와 치즈가 듬뿍 들어있다

 

좋아하는 영화를 보러 가는 것이라 끝나자마자 영화평부터 써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한 입 먹자마자 나의 계획을 송두리 바꿨다. 라자냐를 먼저 찬양해야 했다. 너무 만족스러워 주변 분들도 다 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모두의 테이블에 라자냐가 있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식당 리뷰에 이렇게 주접을 떨어도 되는가 싶지만서도 동시에 그만큼 만족스러웠던 라자냐이기 때문에 다른 분들도 맛봤으면 좋겠다.

 

라자냐 23,000원, 누군가에게는 비싸게 느껴질 수 있는 가격이다. 하지만 요즘 파스타 한 그릇이 기본적으로 15,000원 정도하고 그 이상이 되는데, 라자냐에 들어가는 공수를 생각하면 23,000원쯤은 낼 수 있다고 생각된다. 이전에 라구 파스타 만들며 얼마나 힘들었는지 이야기했는데, 라자냐는 라구소스 + 크림소스 총 2종류로 만들어지니 얼마나 시간이 많이 들어갈지 생각해 봐야 한다. 그리고 라자냐에는 오븐이 필수적으로 필요하기에 23,000원은 충분히 지급할 만한 가격이라고 생각한다. 

 

보정 안한 원본 사진의 라자냐, 이게 실제 색감에는 더 가깝다

 

라자냐 찬양은 여기까지지만 이곳의 하이라이트 하나 더 공유해보겠다. 

 

봄에 마포구 데이트를 생각한다면 이곳을 예약하자. 그리고 꼭 테라스 자리로 예약하자. 상수역에서 합정역까지 길의 양쪽은 벚꽃 나무가 심겨 있는데, 키친 485가 딱 그 골목에 있다. 앉아서 밥을 먹다 보면 꽃비가 내리고 밥을 먹는 내내 아름다운 벚꽃을 볼 수 있어 매우 좋다. 테라스에서 막 찍어도 분홍빛 가득한 인생 사진을 건질 수 있다.

벚꽃은 보고 싶지만, 사람이 많은 곳이 싫은 분이라면 한 번쯤 가보면 만족스러울 것 같다. 

 

테라스 자리에서 보이는 벚꽃

 

식당이 위치한 골목은 큰길 하나 안쪽 길이다. 벚꽃 축제하는 곳의 벚나무 양은 따라갈 수 없겠지만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꽤 긴 길의 양쪽에 펴있는 벚꽃은 장관이니 밥 먹는 목적이 아니더라도 걸어보면 봄기운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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