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하이패스 관련하여 대기업 '만전'의 부정 의혹 기사가 오보로 확인되며 정직당한 기자 임상진(손석구).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정직을 당하는데 그 와중 익명의 제보자로 만전 내 '댓글부대'의 존재를 알게 되는데, 조사를 하면 할수록 진실은 흐려진다.
신문기자 출신의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영화로, 청년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기업의 여론몰이에 가담한 과정을 탐사보도 취재하는 시점으로 풀어낸다. 주로 손석구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풀어져 나가지만, 제보자가 (김동휘, 찻탓캇) 어떻게 여론몰이를 했는지 이야기할 때는 댓글 부대 '팀 알렙'의 시선으로 영화는 진행된다.
예고편을 보면서 뭔가 더 대단한 암투와 통쾌한 결말이 있을 것이라고 상상했는데, 생각보다 그렇지는 않다. 반전의 반전은 있지만 열린 결말로 끝나 개인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아래부터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싫다면 영화를 먼저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영화의 시작은 PC방에 있는 손석구의 모습으로 시작되어 글을 올리는 손석구의 모습으로 끝난다. 마지막에 손석구가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는 모습을 보며, 과연 저 글로 인해 어떠한 나비효과가 발생할지 상상하는 맛은 있었다. 그 글로 인해 새로운 여론이 생길 수 있고 또 다른 희생자(?)도 나타날 수 있으니.
"100% 진실보다 거짓이 섞인 진실이 더 진실 같다."
매우 무서운 말이다. 이야기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점점 모든 이야기가 진실 같으면서 동시에 거짓이 되었다. 관람하는 나도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모르겠는데, 실제로 이런 것을 당한다면 얼마나 두려울지. 동시에 거짓이 섞인 진실을 진실로 받아들여야 하는지도 의문이 생겼다.
댓글부대를 폭로하는 글이 1면을 장식하고, 그 글이 오보가 되는 순간 아찔했다. 영화에서 한 시간 반 동안 댓글부대가 어떤 조직이고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 계속 이야기했는데, 온라인 포스트 하나로 그 글이 가짜가 된다니. 손석구는 본인이 작업당한 것이고 큰 조직에서 작은 이야기를 덮기 위한 것이라 한다.
취재 이야기를 같이 본 관객으로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이상하지는 않지만, 내가 앞뒤 상황을 모르고 그 이야기만 듣는다면 절대 믿지 못할 것이다. 진실을 말하지만 동시에 진실이 아닌 참 아이러니한 상황.
솔직히 영화를 보며 가장 빡친 부분은 여자 국장... 아니 손석구가 더 명확히 확인하게 시간을 더 달라고 했는데 다른 언론사에서도 다 쓰고 있다고 빨리 글 가져오라더니 왜 책임은 또 손석구한테 넘겨!!!!!!!!!!!!!!! 슬픈 직장인... 위에서 시키라는 대로 했더니 책임도 나보고 지라고 하는... 다른 건 다 괜찮았는데 이 부분이 정말 개인적으로 너무 억울하고 화났다.
개인적으로 디지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요즘 세대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며, 내가 인터넷을 통해 전달받는 정보에 대해 의심하게 한다. 확실히 알고리즘에 의해 노출 순위가 바뀌는 요즘, '대중'의 생각을 알기란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다.
'놀기 > 나의 문화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후기 : <퍼펙트 데이즈> 단순히 화장실 청소하는 영화는 아니다 (0) | 2024.08.14 |
---|---|
책 리뷰 : 우케쓰 <이상한 그림> 사람의 본성은 바뀌지 않는가? (0) | 2024.04.15 |
책 리뷰 : 가와바타 야스나리 <설국> 줄거리 및 감상평 (3) | 2024.03.14 |
영화 후기 : <가여운 것들>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 (0) | 2024.03.11 |
영화 후기 : <추락의 해부> 꼭 해부했어야만 했을까 (0) | 2024.03.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