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법정 드라마 영화이다.
남편의 추사로 한순간에 유명 작가이자 아내인 산드라가 유력 용의자가 된다. 유일한 목격자는 그녀의 시각 장애가 있는 그녀의 아들(다니엘)과 그들이 키우는 강아지.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법정에서는 이 사건이 고의인지 사고인지 하나하나 뜯어본다.
2시간 32분이라는 러닝타임과 다르게 영화는 매우 빠르게 지나간다. 짧은 줄거리를 보면 지루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의외로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이 이어져 마지막 순간까지 몰입하여 볼 수밖에 없다. 생각보다 엄청나게 이입했는지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한참 여운이 이어졌다.
끝맺음은 확실히 있지만, 이 여운이 누군가에게는 찝찝함처럼 남을 수 있다. 이 영화는 이 영화만의 매력과 재미를 가지고 있으니 한 번쯤은 볼만하다. 단, 단순 오락 영화를 찾는 거라면 <추락의 해부>보다는 다른 영화를 권한다.
*다음 내용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제목과 찰떡인 영화는 또 없을 것 같다. 제목 그대로 추락을 하나하나 해부한다.
하지만 해부된 것은 남편의 추락이 아닌, 여태까지 내가 알고 믿었던 것과 사랑하던 사람과의 관계가 해부되어 추락한다. 특히 다니엘에게는 그간 그가 알던 부모님의 세계가 추락하는 과정을 겪는다.
산드라는 다니엘에게 부부의 관계 속에서는 이런 일들이 있을 수 있다고 하지만, 다니엘은 법정이 진행되면 진행이 될수록 혼란스러워한다. 아들이 고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산드라는 최대한 아들이 법정 참석하지 않았으면 하지만, 인터넷을 통하면 다 알게 된다는 이유로 모든 과정을 함께 한다. 모든 과정이 화면 속에서 다 설명되기에 매 순간순간 캐릭터들의 고통이 온전히 느껴진다.
방청석에서 다니엘의 표정은 차마 글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을 표현한다. 법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다니엘은 엄마가 괴물로 보이기도 하고 믿을 수 없는 존재가 되기도 한다. 영화의 끝까지 다니엘이 어떤 선택을 할지 너무 불안해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마지막 법정 발언 과정에서, 다니엘은 아버지가 강아지에 빗대어 본인의 힘듦을 말한 게 아닐까 한다. 이 말을 뱉기까지 어린 다니엘이 얼마나 많은 고민과 힘듦을 이겨냈어야 할지는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이 발언 때문일까, 사건은 사고사로 종결된다.
승소 후 식당에서 '승리하면 뭐라도 있을 거라 기대했거든요. 아무것도 없네요'라는 산드라의 말처럼, 얻는 것 하나 없이 잃기만 하고 영화는 끝난다. 이렇게까지 대사 한 문장으로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다니. 괜히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게 아니다.
부부의 삶, 관계, 삶의 목적의식 등, 영화가 끝나면 생각이 참 많아진다. 재미있지만 동시에 여러모로 괴로운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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