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일부터 시작한 천 작업이 1월 중순이 되어서 끝났다. 한 달에 3번쯤 방문하고 매회 약 3시간씩 그렸으니 대략 20시간이 걸린 것이다. A3보다 작은 사이즈를 그리는데 왜 이렇게 긴 시간이 걸리는지 묻는다면, 아직도 다양한 유화 기술을 배우는 중이고 최소 3~4겹을 쌓아 올려야 사진의 색감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마지막 10시간의 작업은 그림에 깊이감을 만드는 작업으로 사진상으로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일 수 있으나 자아내는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여하튼 작지만 2개의 천 연습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작품' 규모의 작업을 시작했다. 유화를 배우기 시작한 이후 가장 큰 크기의 캔버스인데 (60x60cm) 스케치부터 험난하다. 보통 스케치하고 1차 명암 정리까지 한 번의 수업 시간이면 충분하였는데 이번은 스케치만 2시간 정도 걸렸다. 레퍼런스 이미지보다 크게 그려야 하니 비율 잡기도 어려웠고 자리에 앉아서 그리는 것이 아니라 한 번씩 일어나 뒤에서 캔버스를 보며 비율을 맞춰가야 했다. 아무리 격자 선을 그려서 대략적인 위치를 찾는다고 하여도 쉽지 않았다.
새로운 작업에서 처음으로 테레핀 (turpentine)을 사용했다.
유화는 이름 그대로 기름과 혼합하여 사용하는 물감이다. 사용하는 오일은 크게 린시드 (건성)와 테레핀 (휘발성) 두 가지로 나뉜다. 테레핀은 빠르게 건조된다. 붓질을 하는 몇 초 사이에 빠르게 마르다 보니 캔버스 위에서 색을 섞기가 어려우며 빠르게 밑 색을 정리할 때 편리하다. 밑 색 작업이라고 하면 큰 명암을 잡는 것인데 혼합유를 사용하면 색을 툭툭 얹고 싶어도 밑 색이 올라와 빠르게 작업하기 어렵다. 하지만 테레핀은 몇 분 안에 건조되기에 이러한 걱정 없이 빠르게 명암 작업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린시드는 조금 더 부드럽고 건조되는 속도가 느리다. 요리에 사용하는 식용유와 같은 색감과 점도를 가지고 있는데, '유화'하면 익숙히 생각나는 냄새는 주로 이 린시드의 냄새이다. 확실히 건조 속도가 느리다 보니 시간이 지나고 나서도 캔버스 위에서 색상의 혼합에 적합하다. 작업의 초반보다 후반으로 갈수록 린시드의 비율을 높이면 좋으며 색을 쌓아 올리기에 적합하다.
두 오일을 상황에 따라 적당히 섞어서 사용하면 되는데, 입문자의 경우 사용이 편리하도록 두 오일을 적절히 배합한 오일이 따로 있으니 해당 오일을 사용하면 된다. 나 또한 반년 넘도록 혼합유만 사용하였고 이번에 처음으로 테레핀을 사용한 것이다. 아직은 익숙지 않아서 어려움을 겪고는 있지만, 확실히 테레핀을 사용하니 색이 마르는 속도가 빨라 초벌 작업하기에 용이한 것 같다. 어서 주말이 되어 테레핀+둔모 조합으로 더 많은 것들을 시도하고 싶다. 적응이 되고 나면 초반 작업 시에는 무조건 테레핀을 쓰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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