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반도를 충분히 보지 못한 것 같지만, 아쉬운 발걸음을 뒤로하고 후지노미야로 이동한다. 후지노미야는 시즈오카 중부에 위치한 곳으로, 후지산이 매우 가까운 지역이다. 이곳에서는 항구도시인 시미즈 등 다양한 곳으로 가기에도 편한 위치에 있다. 작은 도시이지만 이곳에는 오래된 양조장, 후지산 박물관, 신사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어 혼자 여행하기 매우 좋다. 다만 모든 가게가 일찍 문을 닫는 편이니, 저녁 시간에 많은 활동 하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은 참고하자.
시즈오카가 작아 보이지만 생각보다 이동 시간이 많이 걸려, 동부, 중부, 이토 등으로 나눠서 다니는 것을 추천한다. 이토 역에서 후지노미야 역까지도 지하철로 넉넉잡아 2시간이 걸린다. 이렇게 시간이 많이 걸릴 줄 모르고 여행 일정을 짰었는데, 대중교통을 활용한다면 구글맵으로 일정을 확인하여 이동 시간을 넉넉히 잡는 것을 권장한다. 계획을 미리 하지 않으면... 이동하다가 하루가 끝나버릴 수 있다.
시즈오카 여행을 계획하며 한 가지 다짐한 것은 이동할 때 핸드폰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회사에 다니기에 매일 모니터를 보기도 하고 화면과 거리를 두고 싶었다. 동시에 여행하며 여행지를 사진에 남기 위해 화면만 계속 바라보는 것이 아닌 눈에 다 담아내고 싶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봐도 참 잘 세운 목표였다.
이토에서 아타미로 향하는 지하철의 풍경은 매우 아름답다. 단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은 바다 마을이 끊임없이 눈앞을 지나갔다. 일본 애니메이션 속에서 볼법한 기차와 바다의 풍경이었다. 한국에서 보는 바다와 그 색도 매우 다르다. 이토의 바다는 조금 더 투명한 잿빛이 바닷속에 담겨 있다. 섬마을이어서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를 보면 지하철을 타고 있는 게 아니라 바다를 항해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동하는 내내 바다를 다 눈에 담았더니 지금도 내 눈앞에 그려지는 이 바다는 기억 속에서 꺼내면 꺼낼수록 아름답게 빛났다.
바다는 오른쪽 창가 자리에 앉으면 잘 보인다. 아쉽게도 나는 창가와는 하나 떨어진 자리에 앉았지만, 그런데도 바다를 구경하는데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 사진 촬영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창가 자리에 앉는 것을 추천한다. 영상을 남기고 싶어 찍었지만, 아무래도 확대해서 찍다 보니 내가 보는 시야처럼 담기지 않아 부족한 부분이 있다. 직접 방문해서 본다면 아래 영상은 실물을 하나도 담아내지 못했다고 화낼 수도 있을 것 같다.
두 시간 정도 걸려 도착한 후지노미야 역은 크지 않은 편이다. 대도시의 지하철과 다르게 출구 또한 한 개뿐이다. 역 안에 편의점 하나가 전부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러한 작은 느낌 때문에 역을 이동하고 가야 할 플랫폼을 찾는 것은 매우 쉽다.
지하철을 나오면 고가 같이 높은 곳이다. 도착한 날은 날이 흐렸으나, 날이 좋다면 시즈오카 안내판 뒤로 후지산이 보인다. 여담으로 전체가 다 보이는 후지산은 삼대가 덕을 이루어야 볼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구름이 산의 일부를 가리고 있다. 내가 후지노미야에 지내는 내내, 날이 맑더라도 산의 중턱에 구름이 걸려있었다.
이곳 표지판에 있는 관광지들은 다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모든 장소가 다 장관이다.
박물관과 신사는 걸어서 갈 수 있고, 폭포와 호수는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있다. 버스는 지하철역 바로 아래 위치한 버스 정류장에서 타면 된다. 다만 이 버스는 하루에 몇 대 없으니, 꼭 시간표를 확인하고 움직이도록 하자. 도착하자마자 밑으로 이동해서 시간표를 미리 받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이다. 시라이토폭포와 가와구치 호수 방문하는 방법 관련해서는 다음 글에서 더 자세히 설명해 보겠다.
후지노미야에서 묵은 숙소는 캐빈하우스 야도 후지노미야텐이다. 캡슐 호텔에 가까운 곳이나, 2인이 같이 묵을 수 있는 더블베드 공간이 있기도 하다. 캡슐 공간은 위아래로 구성되어 있고, 더블베드실은 단층이다. 캡슐 방이 답답하다면 더블베드 룸이나 넓은 싱글베드 룸을 잡으면 된다.
많이들 지하철역 앞에 있는 호텔에 머무는 것 같은데, 내가 묵은 숙소는 지하철역에서 걸어서 5~1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하였다. 개인적으로 해당 숙소가 신사와도 가깝고 일본식 상점들이 몰려있는 골목과도 가까이 있어 만족도가 높았다. 숙소도 매우 깔끔하고 하룻밤에 2~3만 원 정도로 저렴하게 묵을 수 있기에 잠자리가 예민하지 않은 사람에겐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숙소명 : 캐빈하우스 야도 후지노미야텐
지도 : https://maps.app.goo.gl/Tn5Dmq6GiCdEQSVJ8
캐빈 하우스 야도 후지노미야 · 11-18 Omiyacho, Fujinomiya, Shizuoka 418-0066 일본
★★★★☆ · 숙박 업소
www.google.com
남녀 층이 나누어져 있고 일자에 따라 공용, 여자 층이 바뀌기도 한다. 내가 묵은 날이 하필 남녀 층 교체 날에 걸쳐졌다. 체크인하며 공용 층이 불편하다면 하루 묵은 후 방을 바꿔도 된다고 하였는데, 방 바꾸는 것이 더 번거로워 공용 층을 쓴다고 했다. 층이 바뀐다고 하더라도 2층은 항상 여자 화장실로 유지되기 때문에 사용에 불편함은 없었다. 남자는 항상 3층 화장실을 쓰는 것 같았다.
참고로 샴푸 린스 등은 다 갖춰져 있지만 타월을 따로 주지는 않는다. 내가 방문했던 많은 도미토리는 타월을 제공하고 있지 않아, 도미토리에 묵을 예정이라면 타월 한 장 챙겨가는 것이 좋다.
기본적으로 숙소는 카드를 찍으면 들어갈 수 있다. 잠을 자러 가는 공간에서도 한 번 더 카드를 찍어야 하니 잊지 말고 카드를 잘 챙겨야 한다. 체크인 후 카드를 찍고 들어가면 라커룸이 나온다. 배정받은 사물함에 신발과 가방을 보관하면 된다. 꼭 기존에 신던 신발을 벗고 슬리퍼를 신어야 한다. 그 외 잠자리에 들고 갈 짐들은 체크인할 때 나눠준 바구니에 챙기면 좋다.
밥은 각 층의 공용 공간이나 1층을 활용하면 된다. 개인적으로 각 층의 공용 공간보다는 1층의 테이블이 밥 먹고 일하기에 더 편하다. 공용 공간은 앉아서 쉬기에 더 적합하다. 추가로, 공용 공간에는 안마의자가 있어 많이 걸은 날 저녁 다리를 한 번 풀기 좋다.
이곳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자전거를 빌려준다는 점이다. 가볍게 자전거를 타고 시내를 구경하고 싶으면 한 번 빌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숙소에 짐을 어느 정도 정리하고, 저녁 먹기 위해서 상가 쪽으로 갔다. 일찍 문 닫은 곳들이 많아 전혀 관광지의 느낌이 나지 않는다. 초행길이라 더 으슥하게 느껴졌다. 후지노미야는 6시 이후에 대부분 문을 닫아서 일찍 일찍 다녀야 한다. 저녁 늦게까지 술 한잔하고 노는 것을 선호한다면 후지노미야보다 신후지에 숙소 잡는 것을 추천한다. 숙소에서 조용히 혼자 편의점 맥주 마시며 쉬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에게는 해만 지면 조용해지는 후지노미야가 더 적합할 것이다.
장사 중인 식당이 별로 없어 문이 열려 있는 곳에서 저녁을 먹었다. 정말 동네 가게이고 매우 아기자기했다. 별도 메뉴판이 없어서 식당 곳곳에 손으로 써진 메뉴를 확인하면 된다. 대부분 세트 구성의 내용인 것 같은데, 손 글씨라 번역기로 인식이 잘 안 되었다. 어떻게 주문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찰나, 알아차리고 사장님께서 사진이 있는 메뉴판을 가져다주셔서 조금 수월하게 음식을 고를 수 있었다.
내가 주문한 것은 튀김 정식이었고 곁들일 병맥주 한 잔을 주문하였다. 이렇게 주문해서 먹으니 천 엔이 조금 넘게 나왔다. 튀김 맛이 좋기는 했지만, 대단히 기억에 남는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그 식당에 혼자 가만히 앉아 알아듣지도 못하는 예능을 보며 밥을 먹는 그 순간이 낯선 일본에 녹아든 기분이라 좋았다.
밥을 먹은 식당은 '산하'라는 곳이다. 식사를 다 하고 나오자마자 가게 문을 닫으셨다. 내가 사장님의 퇴근 시간을 늦춘 게 아닌지 조금 죄송하였지만, 막지 않으셔서 편하게 후지노미야에서의 따뜻한 첫 끼를 먹을 수 있었다.
식당에서 1~2분 정도 걸으면 주류매점이 있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사케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지역에서 상을 받은 사케도 있어서 한 병 사보았다. 사케 가격도 2천엔 정도였는데 매우 맑고 쌀 맛이 잘 느껴져 식전주로 맛있게 마셨다. 길을 걷다가 이 가게를 발견한다면 한 번 방문하여서 판매하고 있는 술 구경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실제로 후지노미야에는 오래된 주조장이 있다. 체험 코스도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아니 관심이 있는 사람은 방문해 보면 된다. 후지노미야는 후지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사용해서 그 물 맛이 매우 좋다고 들었다.
산책 삼아 걷다 도착한 신사. 밤이라 입장을 못 했지만, 이곳은 별세계다. 왜 별세계인지는 다음 글에서 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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