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즈오카의 아침은 너무나도 화사했다. 먼지 한 점 없는 공기와 푸르른 하늘, 이보다 좋을 수 있을까. 아침에 테라스 창호를 열자 따스한 햇볕과 새소리가 유리창을 뚫고 넘어왔다. 참을 수 없지, 테라스에 잠시 누워 고양이처 일광욕을 즐긴다.
조식이 없는 도미토리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일찍 숙소를 나서서 장을 봐오는 것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아침의 공기는 한낮의 공기와 다르기도 하고 물건이 나오고 분주한 아침 시장에서는 각 나라의 특징을 체감할 수 있다. 여행 중에는 주전부리도 많이 먹어야 하므로 되도록 무엇인가 먹기 전후로는 30분씩 걸으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위가 많은 음식들을 소화해 내지 못할 것이다.
산책로는 아침에 보니 더 아름다웠다. 물은 하늘과 주변을 맑게 비추고 있으며 새들도 아침이 반가운지 꾀꼬리 같은 소리로 존재감을 뽐낸다. 이날 이토시를 떠나 후지노미야로 이동을 해야 해 요리 거리가 아니라 편의점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일본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손꼽으라고 하면 로슨의 가츠샌드와 타마고 샌드 세트다. 이것을 먹을 때마다 어떻게 편의점에서 이 정도 질의 음식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참 놀랍다. 18년도 첫 일본 여행에서 로슨 샌드위치를 먹은 이후 이 맛을 잊을 수 없었다. 일본 여행만 가면 꼭 먹어야 하는 나의 1순위 음식. 그 이후에 한국에서도 다양한 식당에서 파는 타마고 샌드와 가츠 샌드를 먹어보았지만, 로슨에서 주는 이 맛과 가성비를 이기는 제품은 없는 것 같다.
샌드위치만 먹기에는 속이 더부룩할 것 같아 편의점에서 파는 샐러드도 함께 샀다. 일정에 따로 점심 먹을 시간이 없어 아침치고 거나하게 먹고 움직이기로 했다. 밥은 방에서 먹기보다는 1층 공용 공간에서 먹었다. 공용 공간이 미로처럼 되어있기도 하고 창문 밖은 일본식 정원으로 꾸며놔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이전 글에서도 이즈반도 방문 예정이 있으면 렌터카를 하라고 했는데, 아래 지도가 그 이유다. 차로 15분이면 갈 거리를 대중교통을 타면 40분이 넘게 걸린다. 40분은 최소 시간으로, 버스 시간대를 생각하면 40분 이상이 걸릴 것이다. 택시를 타고 이동할 수도 있겠지만, 택시가 없다. 예약도 힘들었다. 그래서 시즈오카에 간다면, 특히 이즈반도에 간다면 렌트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해 보자.
오무로 산과 조가사키 해안 둘 다 너무 가고 싶었으나, 당일에 후지노미야까지 이동해야 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둘 중 한 곳 만 가야 했다. (후지노미야로 갈 수 있는 마지막 지하철이 저녁 5시 차였었던 것 같다...) 여행을 계획했을 때부터 너무 많을 고민을 하였고 아침을 먹는 당일에도 고민하였지만, 언제 분화구를 (휴화산이지만) 또 가볼까 싶어 오무로 산을 가기로 했다.
숙소에서 오무로 산까지는 버스로 한 번에 갈 수 있고 넉넉히 1시간 정도가 걸렸다.
버스 정류장은 이런 곳에 정류장이 있을까? 싶은 곳에 있다. 한국의 마을버스처럼 정거장 표가 있는 곳에 버스가 멈춘다. 사진을 키워서 보면 알 수 있듯이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고는 시간에 1~2대 정도만 운영되고 있으므로 사전에 시간표를 꼭 확인해야 한다. 일본 버스는 어떻게 운전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저 시간에 기가 막히게 버스가 도착한다.
많은 사람이 일본 대중교통의 돈 내는 부분이 어려워하는데, 애플 워치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스이카를 월렛에 저장하면 된다. 워치로 옮기는 순간 워치만 사용해야 하므로 굳이 워치로 사용하기보다는 핸드폰에 저장해 두자. 아직도 워치에서 핸드폰으로 다시 옮기는 방법을 몰라... 일본 여행 갈 때마다 워치를 굳이 굳이 차고 다닌다. 매번 현금 내는 것보다야 훨씬 편하지만, 별도의 충전기를 챙겨야 하는 것이 번거롭다는 점 참고하자.
버스는 마을을 통과하여 남쪽으로 이동한다. 이즈반도 지역은 산이 많아 버스가 언덕을 오르내리는 길이 많고 구불거리는 길 또한 많다. 일본 버스 기사님들은 매우 얌전히 운전하시기에 큰 불편함은 없었지만, 멀미가 심한 사람이라면 미리 멀미약을 먹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다. 가는 길에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어 눈이 심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약을 먹으면서 버스를 타야 하느냐고 물으면, 다른 대중교통편이 없기에 타야 한다고 말하고 싶고, 동시에 버스를 타고 가다 보면 큰 호수를 볼 수 있다! 이 호수가 꽤 커서 버스의 오른편에서 한동안 보이고 호수 근처에 식물원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Google Map을 통하여 보면 주변의 관광지들을 찾을 수 있으니, Google Map을 잘 활용하자.
버스가 이끄는 대로 가다 보면 오무로 산이 나온다. 앞에 주차장 공간이 매우 넓으니 주차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사진의 오른쪽에서 보이듯이 붉은색 도리이 쪽으로 가면 문이 있고 건물의 통로를 걷다 보면 매표소가 나온다. 매표소에서는 오무산 리프트권을 구매할 수 있고 왕복 리프트권 당시에는 700엔이었는데 1,000엔으로 가격이 인상된 것 같다. 현금만 받으니 현금을 챙기자.
[오무로 리프트]
운영 시간 : 9:00 ~ 17:00 (10월부터 3월까지는 16:15 폐장)
휴무일 : 없음
입장권 : 왕복 1,000엔 (*오무로 산은 걸어 올라갈 수 없습니다)
URL : https://omuroyama.com/index_en/
Mt. Omuro_top
<br /> <b>Warning</b>: call_user_func_array() expects parameter 1 to be a valid callback, function 'my_excerpt_more' not found or invalid function name in <b>/export/sd211/www/jp/r/e/gmoserver/6/0/sd0735960/omuroyama.com/om2021/wordpress-5.8.0-ja-jetpack_w
omuroyama.com
관공서 홈페이지는 드론으로 촬영해서 그런지 오무로 산의 전체 모양이 잘 보이는데, 이게 실물로 보면 산이 너무 커서 둥그런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실망하지 않아도 된다! 일단 리프트를 타면 내가 얼마나 가파른 산에 올라가는지 알 수 있으니까. 그리고 생각보다 리프트를 오래 탄다.
오랜만에 리프트를 타다 보니 (스키도 안 탄 지 어언 10년이 넘었다) 위치에 맞춰 서고 내리는 것이 조금 무서웠지만 직원들이 친절히 안내해 주니 믿고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
오무로 산의 액티비티라고 하면 분화구 주변을 걷는 것, 정상에서 간식을 먹는 것 그리고 분화구였던 곳에서 양궁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학생 때 잠시 학교 양궁팀에도 있었기에 '오랜만에 양궁도 해볼까?!!!'라는 생각으로 조가사키를 포기하고 오무로를 최종적으로 선택한 것이다.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면 기념품을 파는 공간이 있는데, 그 공간 제일 안쪽에 들어가면 양궁을 대여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양궁 체험을 하겠다고 하면 기본 정보를 쓰게 하고 (이때 여권이 필요했었던 것 같다) 작성 후 직원에게 종이를 주면 된다. **당시에 이곳에 영어를 하는 직원이 없었다. 대부분 관광객이 중국인과 일본인인지 2개 외 언어를 하는 분이 없었지만, 구글 통역기를 써가면서까지 열심히 설명해 주시니 너무 당황하지는 말자.
카운터 왼쪽 벽에 있는 TV를 통해 사용법과 주의 사항을 들으면 된다. 영상을 본 이후에 그 누구도 양궁 사용법을 설명해 주지 않으니 집중해서 영상을 봐야 한다. 영상 시청을 완료하고 나면 양궁과 과녁판을 주신다. 물건을 챙겨서 기념품샵 맞은편 계단을 따라 내려가 직원이 알려주었던 번호 위치로 가 과녁을 준비하고 양궁을 즐기면 된다.
[오무로 양궁]
입장료 : 500엔 | 장비 대여비 : 2,000엔 (활과 화살 5개)
사용 시간 : 1시간
URL : https://omuroyama.com/index_en/activities_en/
생각보다 산이 커서 양궁장이 커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직접 그 계단을 내려가다 보면 이 분화구가 얼마나 큰지 느낄 수 있다. 한참 걸어 내려가면서부터 나중에 다시 올라갈 길이 걱정되었다. 도착한 양궁장 공간은 매우 크고 탁 트임을 느낄 수 있다. 자리 간의 거리도 넓고 과녁과의 거리도 최대 50m 차이가 난다.
5년 만의 양궁은 쉽지 않았다. 날씨 탓을 조금 해보자면 이날 바람이 많이 불었다. 어쩔 수 없이 20m 부근에서 시작하여 점진적으로 50m까지 거리를 넓혀 양궁을 즐겼다. 다른 레인을 보면 다들 사진도 찍고 커플끼리 와서 번갈아 가면서 하는데, 혼자, 마치 대회 준비하듯, 쉬지도 않고 한 시간을 쐈다. 너무 양궁만 하지 말고 주변도 둘러보자. 양궁 체험도 재미있지만, 이 공간이 주는 색다름도 느껴보길.
하나의 단점이라면 야외이고 그늘막이 없다 보니 햇살을 그대로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로 햇살에 대한 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그나마 얼굴에는 선크림을 바르고 모자를 써서 괜찮았으나, 손등은 화상을 입은 수준이었다. 손등이 빨갛게 달아올라 여행 내내 손등이 따가웠다.
양궁 체험을 할 계획이 있다면 선크림을 열심히 바르자.
한 시간 동안 쉬지 않고 활을 쏘는 꽤 힘들다. 양궁을 반납하자마자 호지차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한참 열을 받고 난 이후에 먹는 아이스크림은 꿀맛이다. 그러나 햇빛이 쨍쨍한 것에 비해 바람이 많이 불어 몸이 금세 식는다. 따듯한 차도 산 위에서 파니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은 따듯한 것으로 먹자. 단, 산 위의 매점은 식사를 할 만한 메뉴가 없으니, 점심시간에 방문 예정이라면 리프트 타기 전에 든든히 배를 채우자.
양궁 때문에 방문하였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오무로 산 밑으로 보이는 지형이다.
평평해 보이는 지대는 본디 호소였다. 오무로야마 화산이 폭발하며 그 용암으로 인해 막힌 호수였다고 하는데, 화산 폭발이 얼마나 컸을지 상상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호소는 1869년 간척사업을 하기 전까지 남아있었다고, 그래서 해당 지역은 '이케 (웅덩이)'라는 지명이 붙게 되었다고 한다. 거기에다가 평평해 보이는 지대를 기준으로 뒤에 보이는 산들은 전부 화산이라고 한다.
산 위에서부터 시작하여 호소까지 정말 용암이 흐른 듯한 자국이 아직 남아있어 신기하다. 한국에 살면 화산과 관련된 실제 지형을 볼 일이 없는데 이렇게 눈으로 다양한 화산의 형태, 분화구, 용암이 흘러내린 지대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이 생각지 못한 오무로 산의 큰 장점이지 않을까 한다.
오무로 산을 한 바퀴 둘러보면 주변의 작은 마을들과 투명한 바다 그리고 중간중간 귀여운 오브제들을 만나볼 수 있다. 사진첩을 보니 둘레를 걸어 다니며 사진을 매우 많이 있었는데, 한 장만 올리기 아까워서 중복이 있더라도 이것저것 올려본다. 지형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고 자연의 위대함에 감명받아 사진을 많이 찍었다. (이날 날씨가 좋아서 더 많이 찍었다)
중간쯤에 돌로 된 부처 동상 같은 것이 세워져 있는데 별다른 영문 설명이 없어 왜 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하지만 산 위에 빨간색 천을 두르고 있는 모습이 매우 귀여우니 내겐 그것으로 충분하다.
둘레를 걷다 보면 다양한 표지판을 볼 수 있다. 표지판을 보면 어떤 화산이 있고 마을이 있는지 볼 수 있으니 읽은 재미가 쏠쏠하다. 글이 길다고 귀찮아하지 말고 시간을 들여 읽어보자.
제일 오른쪽 사진의 손 끝이 내가 묵고 있는 숙소가 위치한 곳이다. 지대가 높고 날이 좋아 거의 아타미까지 보였다. 후지산도 당연히 보인다. 숙소가 이즈반도에 있다면 오무로 산에서 내가 묵는 숙소를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산보다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래 영상만 보고 조가사키 해변으로 가도 될 것 같다. 조가사키 해변도 용암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고, 높은 흔들 다리가 있으니 액티비티로서는 더욱 적합할 수 있다. 개인적으론 바다보다 산을 좋아하는데, 이렇게 직접적으로 화산이었던 것을 올라가 보고 둘레를 걸어보고 다른 지형도 볼 수 있어서 후회는 없다. 다시 오무로 산을 방문할 생각이 있냐고 묻는다면, 나는 한 번 더 가고 싶다.
아, 참고로 높이에 공포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오무로 산은 한 번 더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고소공포증이 없는데도 리프트 타고 내려가는 길은 꽤 아찔하다. 산 각도가 생각보다 예리하고, 리프트라 앉자마자 몇 초간은 흔들린다. 거기다가 바람도 직접적으로 부니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은 꼭 유의하자. 내가 탈 수 있을지 없을지는 영상 보고 고민해 보길 바란다.
리프트를 타고 내려오면 기념품 가게를 바로 볼 수 있다. 소도시라 그런 것인지 작은 관광지여서 그런 것인지 몰라도 옛날에 볼 직한 묘상한 자석들과 아기들이 좋아할 만한 장난감이 대부분이다. 뭔가 하나 사고 싶은데 딱히 눈에 들어오는 것이 없어서 과자 한 봉지와 후지산 모양의 부적(?) 유리공예품을 하나 구매했다.
기념품 가게의 장점 중 하나라면 이즈반도 관광명소가 표시된 지도가 하나 있는데, 자유여행 중에 시간이 있어 어딜 갈지 고민인 사람이라면 이 지도를 보고 정할 수 있을 정도다. 대부분은 자연경관이다. 나는 제일 남부 쪽 바다가 너무 아름다워 보여서 다음에 시즈오카를 또 오게 된다면 이즈반도 남쪽에 숙소를 정하고 주변의 볼거리들을 한 곳씩 다녀볼까 한다.
여기서 이토로 돌아가는 버스는 길 건너편에 있는데, 해당 방향에는 이즈샤보텐 동물원이 있다. 어린아이가 있는 가정이 방문한다면 오무로 산과 동물원을 함께 다녀오면 좋을 것 같다. 이즈샤보텐 동물원은 호랑이 사자 같은 동물보다 카피바라, 레서판다와 같은 소형 동물이 주를 이루고 온실 지역이 있다. 동물원은 총 4개의 구역으로 나눠지고 생각보다 크기가 큰 것 같으니 오무로+동물원 일정으로 하루는 충분히 놀 수 있을 것이다.
[Izu Shaboten Zoo]
운영 시간 : 9:00 ~ 16:00
휴무일 : 없음
입장권 (평일|주말) :
대인 2,700엔 | 2,800엔 소인 1,300엔 | 1,400엔 4세 이하 700엔 | 700
URL: https://izushaboten.com/information/
インフォメーション 営業時間 | 伊豆シャボテン動物公園
伊豆シャボテン動物公園の総合案内・団体様ご案内ページです。営業時間・料金・アクセス・団体申込についてご案内いたします。
izushaboten.com
버스 정류장에서 바라본 오무로 산을 마지막으로, 2일 차 오무로 산까지의 기록으로 마무리하고,
오무로 산에서 후지노미야까지의 여행 기록으로 돌아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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